백수와 만화가게방 아가씨 (8탄)
♀ 만화방 아가씨 ♀
"준용씨 이티켓 나줘요. 제가 가지고 있다가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다 싶으면 전화를 할께요. 여기 그때 적어준 전화번호 맞죠?
그리구 가게되면 딸랑 영화만 보는건 아니겠죠? 참고로 전 스테이크를 참 좋아해요.."
♂ 백수 ♂
야 이거 거절한거 아니지?
"아 예.. 스테키..그 뭐시라고요.. 울아부지 지갑을 삥쳐서라도 그거 사드릴께요..하하. 그럼 안녕히 꼭 전화주세요."
기쁜나머지 정신없이 나오다 달려오던 꼬마 자전거와 부딪쳐 걸려 넘어졌다.
지나가던 어떤 여자가 걱정스러운지 깔깔 웃는다.
괜찮다고 꼬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프다.
그래도 이게 대수냐..?
하하
♀ 만화방 아가씨 ♀
이제 이 영화 대사까지 다외우게 생겼네..
이번 주말은 문닫고 미장원이나 다녀와야 겠다.
그녀석 나가고 나서 '뻑'하는 소리가 났다.
뭔소린가 싶어 나가보았다.
어떤 꼬마가 자전거를 끌며
"개자식, 쪽팔려주껐다."
그러며 투덜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석은 저기 멀리 날듯이 뛰어가고 있다.
귀엽다.
♂ 백수 ♂
이틀동안 전화기를 부여잡고 그녀의 목소리를 기다렸다.
그러나 그녀의 전화는 오지 않았다.
아부지가 저녀석이 취직못하더니 드디어 실성했구나 하며 혀를 차신다.
아직 동정의 눈빛이 남아 있는걸루 봐서 내가 아버지 비상금 훔쳐낸걸 모르시나부다.
♀ 만화방 아가씨 ♀
그 백수녀석이 만화방을 이틀동안 안나왔다.
좀 이야기 오래했다 싶으면 그 다음날은 꼭 안나오는거 같다.
내일은 전화를 해야겠다.
근데 주말이 자꾸 기다려지는건...
♂ 백수 ♂
아침부터 밥도 제대로 못먹고 전화기 근처만 배회하고 있다.
자꾸 아부지 엄마만 찾는 전화다.
그런 사람 안 산다고 했다.
드디어 저녁에 왠지 그녀 음성같지 않는 사람이 날 찾았다.
그래서 "내가 그사람인데요." 라고 대답했더니..
"저 지윤인데요. 저 아시죠?"
그랬다.
앗 그녀다.
근데 전화받는 목소리가 왠지 그녀 목소리같지 않다.
예전에 나한테 장난전화한 그 여자목소리랑 비슷한거 같다.
어쨌든 제발 다음말은 '내일 시간이 되니 보러가자'고 그랬음 좋겠다...
그런데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다고 그런다.
흑 매정한 사람..
그 소릴 듣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
괴로움에 괴성을 질렀다.
아버지 어머니가 달려왔다.
좀 무안해서 아무것도 아니라 그랬는데 엄마가 내일 병원에 같이 가잰다.
아 죽고 싶다.
♀ 만화방 아가씨 ♀
드디어 약간은 설레는 맘으로 전화를 했다.
이녀석이 시큰둥하게 받더니 내가 말을 끝마치기전에 끊어 버린다.
뭐 인기 다있노..
"내일 시간이 도저히 안나겠..." "딸깍"
하지만 특별히 아주 단골이라 시간을 내보겠다라고 그럴려 했는데..
우쒸 다시 전화를 했다.
그랬더니 무슨 개울음소릴 내더니 감사합니다만 연발했다.
내일 극장앞에서 보기로 했다.
흠 자꾸 거울에 눈이 가는건 왜일까?
♂ 백수 ♂
그녀에게서 다시 전화가 왔다.
왜 갑자기 전화를 끊었냐고 뭐라 그런다.
순간 정신이 들어 한자한자 똑똑히 들었다.
"내일 극장앞에서 봐요."
오옴음..(감격의 울음을 애써 참는 소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야호 야..
엄마가 달려오시더니 당장 병원가잰다.
그 소리가 내귀에 들어올리없다.
내일 아침일찍 목욕탕엘 가야지.
내일 입고갈 속옷에서부터 양말까지 머리맡에 챙겨두고 그녀가 내꿈에 나타나길 바라며 잠자리에 들었다.....
♂ 백수 ♂
새벽에 해뜨자마자 잠자리에서 일어났다.
산뜻하게 개인 아침 하늘 아래 그 영롱함은 내 마음을 더욱 들뜨게했다.
그녀에게 잘보이기 위해 난 목욕탕으로 간다.
지나는 사람사람이 모두 사랑스럽다.
♀ 만화방 아가씨 ♀
오늘은 다른날보다 조금 일찍 일어났다.
지금 만화방을 열자니 너무일찍이다.
그래 오늘은 아예 문열지 말자.
몸도 나른한데 목욕이나 가야겠다.
♂ 백수 ♂
목욕탕안 모든 사람이 발가벗고 있다.
그래 사람은 모두 평등하다.
벗겨놓으면 이렇게 다 똑같은 사람인걸..
괜한 용기가 생긴다.
"열심히 삽시다 여러분...!"
괜히 소리질렀나..?
저기 어떤 꼬마가 "아빠 저 아찌 백순가봐.." 그랬다.
그래도 사랑으로 들뜬 내기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 꼬마녀석이 오히려 귀엽다.
♀ 만화방 아가씨 ♀
목욕을 하러 가는데 남탕쪽에서 백수 그녀석이 나왔다.
얼른 근처 전봇대 뒤로 숨었다.
다행히 그녀석이 반대방향으로 갔다.
후후 저녀석 자기가 깨재재하다는걸 이제사 느꼈나보다.
목욕을 하는데 그 녀석 생각이나 자꾸 웃음이 나왔다.
그걸 보시던 어떤 할머니가 "새댁 남편이 잘해주는가보구려.. 좋을때지.."
그런다.
우쒸 할머니까지 날 아줌마로 보다니..
괜히 웃었다가 할머니 등만 밀어 주었다.
♂ 백수 ♂
그녀가 극장앞 영화시작하기 한시간전에 만나자고 그랬었다.
그런데 그런데.. 4회표인지는 알겠는데 몇신지 모르겠다.
그녀가 표를 가지고 있으니... 에라 모르겠다.
뭐 좀 일찌기 서두르자.
힘겹게 잡은 약속인데 늦을수야 없지..
♀ 만화방 아가씨 ♀
오전엔 만화방을 청소했다.
그리고 오후에 시간이 많이 남았다싶어 미장원을 갔다.
머리 손질도 좀하고 코팅도 좀 해야겠다.
기분좋은 토요일..
여유로움 속에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시간을 재촉하고 있다.
♂ 백수 ♂
영화관 앞 사람들이 많다.
이 영환 종영이 이번 주인데도 불구하구 사람들이 많다.
사람들이 모두 나처럼 들뜬 기분일까..?
극장앞 스피커에서 방송이 나왔다.
졸라큰배 3회 입장객들 입장해주세요.
에게 이제 3회 시작하는가벼.. 할수 없이 근처 앉을 곳을 찾았다.
영화관 구석진 곳에 앉기 좋은 곳을 찾아가 앉았다.
그녀가 조금 있으면 올텐데..
이거쯤 못기다리랴..
근데 시간이 넘 안간다.
그녀와의 추억을 생각하며..
에....
생각하니 별루 없다.
긴장되던 맘도 시간의 여유로움 때문이었을까..?
슬슬 잠이온다.
♀ 만화방 아가씨 ♀
미장원에 손님이 꽤 있다.
내 차례를 기다렸다.
좀 시간이 많이 지나갔다.
내차례가 되어 머리손질을 받고 코팅젤을 발랐는데...
이게 왜이리 안마를까...
점점 약속시간이 다가온다.
내 마음이 자꾸 조급해 졌다.
집에 와 나갈 준비를 하고 문을 나서며 시계를 보니 벌써 약속시간이 지났다.
그래도 그나마 영화 시작전까지는 도착할수 있을 것 같다.
근데 그녀석 속이 엄청 좁은걸 안다.
도착해서 뭔소리 들을거 같다.
이그 화상아 조금 일찍 서두르지..
♂ 백수 ♂
그녀가 저기 멀리서 달려온다.
그리고 내품에 안긴다.
그녀의 맑은 눈에 내모습이 잠겨 있다.
이리와 지윤..!
우리 심심한데 뽀뽀나 할까..?
"아이 바보.. 움~(입내미는 소리)"
근데....
갑자기 누군가 나를 쳤다.
라거 파는 놈이면 주겨버릴껴..
그래서 엄청 짜증을 내며 쳐다보았다
♀ 만화방 아가씨 ♀
다행히 영화시작전에는 도착했다.
그렇지만 약속한 시각에는 한시간 가량 늦었다.
그가 뭐라 그럴지 모르겠다.
그 녀석을 찾았는데 없다.
이 속좁은 녀석이 그냥 가버린거 아녀..?
근데 저기 어디서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킥킥 웃는다.
그래서 가보았다.
그녀석이 이상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팔짱을 낀채 앉아서 자구 있다.
쪽이 팔림이 느껴져 온다.
그래도 한편으론 그녀석이 마니 귀여워 보였다.
살며시 다가가 그를 깨웠다.
그리고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럴려구했는데, 우쒸 그러며 짜증을 냈다.
아마도 내가 늦은게 짜증이 났나보다.
♂ 백수 ♂
그렇게 꿀려고 노력을 해도 나타나주지 않던 지윤씨가 꿈에 나타났는데, 그것도 결정적인 순간에 누가 날 깨우는겨..?
고개를 들었다.
눈이 확 뜨였다.
지윤씨가 내 눈앞에 있는것이 아닌가..?
오늘따라 더욱더 화사하고 이쁘다.
근데 그녀가 왜 내눈앞에 있는거지?
주위도 너무 낯설다..
"지윤씨.. 여기 왠 일이에요..?"
♀ 만화방아가씨 ♀
여기 왠일이에요?
한시간 늦은걸루 몹시도 심하게 삐졌나부다.
진짜 상당히 속이 좁은 놈이다.
그래도 내가 잘못한거니 할수 없다.
늦어서 미안하다고 그래야 겠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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