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와 만화가게방 아가씨 (5탄)
♂ 백수 ♂
예전 만화방 주인일때는 만화방도 대신 봐주고 그랬다.
그런데 그녀는 내가 그렇게 줄기차게 다녔는데도 그런 부탁 하나 안 한다.
내가 의심스럽게 보였나?
하기야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백수한테 가게를 맡길 사람이 어디껏나..
♀ 만화방아가씨 ♀
내일은 내 친구 결혼식이다.
삼촌이 요즘 바빠서 만화방을 못봐준다 그랬다.
할 수 없이 내일은 문을 닫아야 하나...
그 백수녀석이 떠올랐다.
나쁜 녀석 같지는 않다.
아니 착한거 같다.
그에게 내일 하루만 봐달라고 부탁을 해야겠다.
♂ 백수 ♂
오늘 그녀가 내일 만화방 좀 봐 달라고 했다.
기뻤다.
날 믿는다는 증거다.
이 일을 계기로 그녀와 가까워졌으면 좋겠다.
오늘 밤은 그녀생각에 잠이 오질 않는다.
♀ 만화방아가씨 ♀
그가 아침 일찍 왔다.
다행히 제시간에 화장을 끝마쳤다.
그에게 열쇠와 오늘 신간 값치를 3만원을 맡겼다.
그가 어디가느냐며 물었다.
날 아줌마로 아직 생각하고 있을까봐 선 보러 간다고 말했다.
내가 아줌마 아닌게 그렇게 충격적이었나?
그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이제는 아줌마란 소리는 안하겠지..
그가 내 얼굴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화장이 잘못되었나..? 괜히 신경이 쓰인다.
♂ 백수 ♂
아침 일찍 그녀의 만화방으로 달려갔다.
뽀얗게 화장한 그녀 모습이 아름다웠다.
용기를 내어 어디 가냐고 물었다.
선보러 간다고 했다.
슬펐다. 미웠다.
밝히는 여자니 이번달 내로 시집을 가 버릴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왔다.
그렇게 생각하니 좀 진하다 싶게 화장한 그녀 얼굴이 꼭 헤픈 술집 여자같이 보였다.
♀ 만화방아가씨 ♀
친구가 예쁜 드레스를 입고 사랑하는 남자와 행복하게 그 둘만의 인생길을 떠났다. 사랑하는 맘에서 꾸밈없이 나오는 행복한 웃음은 그 무엇과도 비교할수 없이 맑았고 아름다웠다.
그런 그 둘 앞에서 내 자신이 초라해 보였다.
축하는 해주었지만 왠지 내 마음 한구석이 공허하다.
만화방으로 돌아왔다.
그 백수가 내가 늘 앉아 있던 자리에서 졸구 있었다.
내가 졸던 모습도 저러했을까 생각하니 웃음이 나왔다.
그가 날 쳐다봤다.
고마운 마음에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근데 그녀석이 날 보더니
"오늘 선본 남자가 굉장히 맘에 들었나 보죠..? 입이 다물어지지가 않네.."
대뜸 이렇게 말했다.
저 백수녀석은 좀 좋아지려 하면 꼭 먼저 초를 친다.
기분이 나빠서 다다음주에 시집 갈 날을 잡았다고 거짓말을 했다.
그가 한참 머뭇거리더니 "그럼..으..하여간 시집 잘 가쇼. 아줌마..! 그리고 오늘 번돈 8만 칠천 구백 구십원하구 아까 신간 값치루고 남은 삼천오백원 여기 서랍에 넣어 두었소.. "
그리구선 홱 나가 버렸다.
뭔가 급한 볼일이 있는걸까 아니면 내가 늦게와서 삐진걸까..?
오늘 만화방 봐 준거에 대한 고마움은 다음에 해야겠다.
그 백수녀석 여전히 속 하나는 좁은거 같다.
♂ 백수 ♂
그녀가 선을 본다는게 분했다.
어떤 녀석이 만화책값으로 10원짜리 스무개를 냈다.
열받는데 석유를 붓는거 같았다.
그 중 한개를 냅다 그 녀석한테 던졌다.
근데 이 녀석이 쉽게 피해버렸다.
괜히 10원만 잃어 버렸다.
그녀 방을 살며시 열어 보았다.
깨끗하게 정돈된 자그마한 방이었다.
야릇한 느낌이 들었다.
하루종일 그녀가 X나게 맘에 안드는 놈이 선보는 자리에 나오라 기도했다.
근데 뭐가 기분이 좋은지 그녀가 웃는 얼굴로 나타났다.
절망의 벽을 느꼈다. 열받으니 말이 술술 나왔다.
흑흑.. 그녀가 다다음주에 시집을 간댄다.
나는 어떡하라고 ..
눈물이 앞을 가려 정신없이 뛰쳐 나왔다.
내 마음을 몰라주는 그녀가 너무 야속했다.
♀ 만화방아가씨 ♀
아침에 만화방 청소하다가 십원짜리 하나를 주웠다.
오늘따라 왠 지 그가 기다려진다.
만화방 봐준거 뭘로 보답할까 고민이다.
돈으로 보답할까?
너무 정이 없어 보인다.
곰곰히 생각하다 영화본지도 오래되고 해서 그 녀석하구 영화나 보러가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전화를 해 이번 주 토요일 저녁에 요즘 인기 최고인 영화표 두 장 예매 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가 이 영화 싫어하면 어떡하나 걱정이 된다.
♂ 백수 ♂
오늘로 대기발령 육개월 째고 집에서 놀기 시작한지 구개월 째다.
여전히 내 일기장엔 그녀이름이 꼬박꼬박 적히고 있다.
오늘 놀이터 벤취에 앉아서 담배연기로 그녀 얼굴을 그려보았다.
선본 남자는 어떤 놈일까 생각해 보았다.
적어도 백수는 아니겠지..
그녀가 보고싶지만 나두 쫀심있는 남자다. 그래서 만화방에 가지 않았다.
며칠 밤을 그녀가 보고싶어 꺼이 꺼이 울었다.
엄마가 취직이 안되어 우는가 하고 기운내라며 곰탕을 끓여 주셨다.
곰탕을 먹을 때마다 어머니께는 죄송한 마음이 든다.
며칠째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만 보고 돌아왔다.
그녀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벽에 붙은 영화포스트가 눈에 들어왔다.
지금 인기최고인 영화다.
재밌을거 같다.
불현듯 이번 주말에 그 선본놈과 그녀가 이 영화를 보러갈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배아프고 슬펐다.
♀ 만화방아가씨 ♀
백수녀석이 며칠째 안보인다.
오늘로 5일째다.
만화방 봐준 사례로 주말에 같이 영화 보려고 예매한 티켓을 보니 마음이 조마해진다. 그녀석이 내일도 안오면 어떡하나..
혹시 이사를 간게 아닐까?
취직이 되어 바쁜거 아닌가?
많은 생각이 떠올랐다.
♂ 백수 ♂
저녁 무렵에 또 만화방을 멀리서 쳐다보았다. 문이 닫혀 있었다.
정말로 그 녀석하고 영화를 보러 간걸까? 진짜 야속한 여자다.
내가 이렇게 가슴아파 하고 있는걸 알까?
♀ 만화방아가씨 ♀
오늘도 그 녀석이 나타나지 않았다.
조금 슬프다.
영화티켓을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다.
마음도 심난한데 이 영화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티켓예매해준 친구를 불러 같이 보았다.
진한 감동의 여운을 주는 영화였다.
근데 자꾸 이 영화주인공 얼굴과 그 녀석 얼굴이 교차되어 들어온다.
그냥 피식 웃고만 말았다.
♂ 백수 ♂
삼일째 만화방 문이 닫혀 있다.
결혼식 준비하느라 바쁜가 보다.
야속한 여자야 그래 잘살아라.
하기야 백수인 나를 그녀가 관심이나 두었겠나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니한테 나 두 장가가게 선좀 주선해달라고 부탁했다.
돈도 못버는게 무슨 장가를 가겠다고 하냐며 딸딸이(슬리퍼)를 던지셨다.
피할수도 있었지만 그냥 맞았다.
아팠다.
그리구 슬펐다.
♀ 만화방아가씨 ♀
저녁부터 머리가 아프고 몸이 떨렸다.
몸살이 온거 같다.
다음날 아침에는 일어나지도 못할 만큼 몸이 말을 안들었다.
홀로 열이나는 머리를 식힐려고 수건에 물을 적셔왔다.
힘들고 서글펐다.
그 다음날은 더 아팠다.
약을 사올려고 했지만 일어날 기운이 없다.
저녁에 조금 한기가 가셔서 죽을 쑤어 먹었다. 빨리 나아야 할텐데..
그녀석이라도 있었으면 약사오라는 심부름이라도 시킬 수 있었을텐데..하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도저히 못견디겠다 싶어 친구에게 전화를 해 도움을 청했다.
그녀의 도움으로 약도 사먹고 해서 아프기 시작한지 3일만에 나아지는 기미가 보였다. 이제 혼자서 아픈몸을 돌볼수 있겠다 싶어 친구를 집에 돌려 보냈다.
4일째 여전히 몸이 별루 안좋았지만 그 백수녀석이 혹시 올까봐 만화방 문을 열었다. 그치만 그는 오지 않았다.
♂ 백수 ♂
그녀를 어떻게 잊을까 생각중이다.
결혼하면 제발 만화방 때려치우고 딴데로 이사를 갔으면 좋겠다.
그녀가 말한데로라면 오늘이 그녀의 결혼식날이다.
축하나 해줄까?
하지만 내가 무슨자격으로...
멀리서 만화방을 쳐다보았다..
근데 만화방이 영업중이다.
아마 딴사람이 봐주고 있는 모양이다.
독한 여자다..
생활력이 강하다고 봐야하나...?
에라 잘됐다.
이참에 못본 만화책이나 실컷 보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만화방 문을 열고 들어갔다.
♀ 만화방아가씨 ♀
드디어 그가 왔다.
꾀죄죄한 모습으로..
내가 그렇게 아팠는데 단골이라는 놈이.. 내가 무얼했나 걱정도 되지 않았을까..?
무척 반가웠지만 최대한 원망하는 눈으로 째려봤다.
하지만 왜 그랬을까?
아팠던거 때문일까?
눈물이 찔끔 나왔다
- 계 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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