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와 만화가게방 아가씨 (11탄) 마지막회
♀ 만화방 아가씨 ♀
아침에 까치가 만화방 창틀 위에서 울었다.
누구 반가운 이라도
오려나..?
그녀석 생각이 난다.
금방이라도 만화방 문이 열리면서 그가 들어설 것만 같다.
하지만 그가 오려면 아직 보름 이상 남았다.
갑자기 만화방 문이 열렸다.. 그였으면...
하지만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딴 녀석...
이제는 저게 한때는 노란색이었다는것만 짐작이 가는, 잔뜩 때묻은 츄리닝녀석과 함께 딸딸이를 질질 끌며 들어왔다.
아까 그 까치 어딨어? 잡아 주길껴...
♂ 백수 ♂
아침에 잔뜩 긴장하고 정식발령자 명단 붙은거를 보았다.
잘못 보였다면 짤릴수도 있다.
23번 배준용 안양**지사 관리부..
앗싸! 안짤렸다.
거기다 안양이면 집에서 통근도 된다.
아부지 어머니... 다시한번 죄송합니다.
또 지윤씨가 먼저 떠오릅니다.
지윤씨 이제 나 백수 아니야..
흑흑.. 기숙사 방에서 짐을 꾸렸다.
짐이래야 세면도구하구 빨간 체육복 뿐이다.
모두들 즐거운 표정으로 짐을 싸구 있다.
하하 드디어 집에 간다.
간단한 조례를 했다.
'우리 한 번 열심히 일해서 어려운 이 시기를 잘 헤쳐 나갑시다. '
뭐 이런다.
한마디로 앞으로 잘하라 그 소리아닌감...
잘하께 빨리 끝내라..
집에갈 채비를 모두 마쳤다.
그때 지윤씨가 보내준 그 사진을 자꾸 꺼내어 보았다.
삼개월 동안 뭐 변한게 있으련만..
참 새롭게 보인다..
드디어 서울가는 버스를 탔다. 설렌다.
밖의 전경들이 너무 애틋하게 지나간다.
오늘 그녀를 보면 말하리라.
그동안 사랑했었다고.
아니 사랑한다고..
그리고... 하하... 과연 할수 있을까...
날씨는 내 마음과는 다르게 잔뜩 흐려있다.
갑자기 소변이 마려 온다.
조금만 참자..
조금 있으면 휴게소다.
♀ 만화방 아가씨 ♀
어제 밤에 무엇인지 기억이 나진 않지만 그가 나타났다.
지금 아련한 그의 영상으로 난 가슴이 떨려온다.
아침에 그렇게 멍한 상태로 밥을 먹었다.
마음이 울적해온다.
오늘이 주말인데..
그녀석이 없으니 너무 허전하다.
그가 주말오후는 외출이 가능하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아 그가 왜이리 보고 싶을까...
벵크의 6집 엘범을 틀었다. ..
음악 때문이었을까..
괜히 그가 더 그리워졌다.
에이 열쇠가 왜이리 안잠겨..만화방에 열쇠를 채우고 있는데..
단골이 되어가는 츄리닝녀석이 와서는"오늘은 만화방 안하는 겁니까?" "그래쨔샤.." 뒤도 안돌아보고 택시를 잡아 탔다.
창원으로 가는 버스에 몸을 싣고 애뜻하게 지나치는 이젠 벌거숭이가 된 논바닥을 쳐다보고 있다.
그가 날보며 좋아하는 모습이 천진난만 하게 그 위에 그려진다.
갑자기 찾아간 날보면 그가 왠지 사랑한다고 고백을 할것 같다.
하늘은 왠지.. 첫눈이라도 나리게 할 것 같이 흐리다.
♂ 백수 ♂
이제 배까지 아파온다.
아저씨 빨리좀 가요.
금강휴계소가 저기 보이기 시작한다.
내리자 마자 화장실부터 찾았다.
아 시원하다.
화장실안에 스피커가 있나보다. 디게 시끄럽다.
'서울발 창원행 12시 중앙우등고속 승객분은 탑승바랍니다.'
'진주발 수원행 11시20분 현철여객 승객분은 탑승바랍니다..'
....졸라 시끄럽네...
싸고 나오니 왠지 배가 고프다.
휴계실로 들어가 우동을 하나 사먹었다.
자판기에서 캔커피 하나 뽑아서 차에 탔다.
♀ 만화방아가씨 ♀
이번 금강휴계소에서 잠시 정차한다고 운전기사가 방송으로 안내했다.
배가 조금 고프다.
휴계실에 가 우동이나 하나 먹어야겠다.
휴계소 이름이 참 이쁘다.
우동을 먹고나서 자판기에서 커피를 하나 뽑았다.
근데 하필이면 자판기가 남자화장실 계단옆에 설치되어 있냐..
기분 나쁘다.
커피를 뽑아드는데 안내 방송에..
'서울발 창원행 12시중앙우등고속승객은 탑승하라'는 말이 나왔다.
내가 타고온 버스다.
이젠 휴계소 들리지 말고 곧장 갔으면 좋겠다.
이렇게 막무가내로 내려가는데 그를 볼수 있을까..
약간 걱정이 되기도 한다.
♂ 백수 ♂
이젠 곧장 서울로 간다.
자꾸 그녀얼굴이 떠오른다.
진짜로 그녀에게 사랑을 고백하리라..
이젠 백수가 아니기에..
그녀가 뭐라 답해줄지 궁금하다.
연습이나 해볼까..?
'지윤씨...! 저 더이상 백수가 아녜요..
에.. 당신이 아줌마가 아닌걸 안순간부터 쭉 사랑해왔었습니다.
사랑합니다. 지윤씨.'
넘 긴가..?
하하..
창밖에는 이런 나에게 축복이라도 하듯이 첫눈이 나리고 있다.
♀ 만화방 아가씨 ♀
그를 만난다고 생각하니.. 자꾸 맘이 설레어진다.
그가 날보고 사랑한다고 고백을 할까..?
기대는 되지만 후..분위기가 영 없는 놈이라...
그래도 이제는 백수 딱지도 뗐는데..
그래 고백할거 같다.
그러면 난 뭐라 그러지?
음 이게 좋겠다..
연습이나 해볼까?
'그래요.
저두 언제부턴가 준용씨를 사랑하게 됐었나봐요.. '
넘 솔직한가? ^^;
창밖에는 이젠 가슴저리는 가을은 끝났음을 알리는 겨울비가 나리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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