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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면서 발걸음은 더 바빠지고 시간은 턱없이 모자란다. 식구가 늘어나며 돌보아주어야 할 일도 많고 방문할 곳도 많다., 그러나 아이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할머니니까, 무슨 일이 있으며, 할 일이 뭐가 있느냐는 식이다. 그저 손자들이나 돌보아주고 저희가 부를 땐 대기해 있다가 후다닥 달려와 주기를 기대한다. 하긴, 예전에 나도 그랬다. 할머닌 그저 손자들이랑 놀아주고 옛이야기나 해주는 그런 사람인 줄 알고 있었다. 할머니에겐 할 일도 친구도 없는 줄 알았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옛말에 할아버지와 할머닌 손자들의 거름이라는 말이 있다. 그땐 그 말의 뜻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였으며, 그냥 귓등으로 흘러 들었다. 그 말의 뜻이 얼마나 큰 희생을 의미하는 것인가를 이제야 겨우 알 것 같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 많은 열매를 맺는 것처럼 나를 버리고 나를 죽이며,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며 언제나 내게 말씀해주시던 어머님 말씀도 이제야 그 숨은 뜻을 알 것 같다. 아직도 가끔 아주 가끔은 나도 한번쯤은 내 맘대로 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탈을 꿈꾸어 보기도 한다. 꿈으로만 그칠 줄 뻔히 알면서도 포기하지 못하고 자꾸만 꿈꾸는 나. 언제쯤 온전히 다 버리고 편안하게 살아질까? 가고 싶은 곳도 많고 함께하고 싶은 친구들도 많다. 나이가 들수록 허기진 것 같은 이 공복감은 무엇일까? 늘 허전하고 누가 뭐라고 하지않아도, 눈앞이 흐려오며 가슴은 막막해진다. 내게 허락된 시간이 살아온 시간보다 더 짧아졌으리란 생각만으로도 서럽다. 젊을 땐 사느라 바빠서 그저 하급지급 살아온 것 같다. 옆도 돌아볼새 없이, 조금은 환경적으로 마음도 몸도 여유가 생겨 정말 나만을 위한 나의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데.... 사랑해야 할 사람들 열심히 사랑해도 모자랄 시간을 우린 서로 가슴을 아프게 한다. 왜 상대방의 입장이 되기보다는 나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기를 기대할까? 한걸음 물러섰는데, 두 걸음인들 어떠리, 나도 그렇게 해주었으니 너도 해달라는 보상심리 상대방이 그렇게 해주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서운함도 생기는 것 같다. 죽음 앞에선 다 헛되고 헛된 것 목숨이 붙어있기에 아옹다옹하며 그렇게 하루하루를 죽이고 있다 . 때로는 삐치고 때로는 웃고 때로는 아무짝에도 필요없는 자존심을 내세우며 아파하고 상처주고 상처받고, 왜 그렇게 살아야할까? 가득가득 차는 욕심을 버리고 또 버리며 사는 날까지 그렇게 버리며 살아야 할까 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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