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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자유글)

누구나 김치를 사랑하지는 않는다

by 서울나그네 2010. 6. 28.
진수테리.
미국에 이민간 지 25년이 되었다. 그 동안 나는 미국인 회사에서 미국인들과 일을 하고 또 미국인 남편과 결혼을 하였고 영어를 잘 배워 이제는 미국에서 사는 것이 한국에서 사는 것만큼 편해졌다. 지금은 또 어느 미국인 못지않게 큰소리를 치고 내 권리를 주장하면서 재미있게 살아가고 있다.

물론 처음부터 이렇게 살았던 것은 아니었다. 미국에서 살면서 고향이 그립고 미국에 온 것을 후회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특히 서양인들과 사고가 달라 많은 문화의 마찰에 부딪치면서 살아왔다. 특히 미국인과 결혼하면서 살아온 하루하루가 쉬운 것은 아니었다. 남편이 세계일주를 많이 하여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많은 사람이고 또 오픈 마인드를 가진 시부모님을 가졌지만 국제결혼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특히 미국간 지 얼마 안 되었을 때는 더욱 그랬다.

아직도 김치를 먹지 못하는 남편과 햄버거를 사랑하지 못하는 나는 대부분 서로 다른 음식을 저녁때마다 준비해야 한다. 한 가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는 서로가 차이점을 이해한다는 것이다. 누구나 다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차이점을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처음 결혼해서 김치를 먹지 못하는 남편을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래서 노력부족이라고 항변하고 김치 먹는 것을 종용했다. 남편이 김치를 못 먹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이 너무나 힘들었다. 아내가 좋아하는 것을 먹지 못하는 것은 사랑이 부족해서라고 야단했다. 하루는 회사 갔다가 집에 오니 남편이 김치 통에 코를 박고 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뭘 하느냐고 물었더니 김치를 좋아해보려고 코를 김치 병에 박고 노력해보는 중이라는 것이다. 비지땀을 흘리는 그를 보면서 자신이 익숙하지 않은 것을 강요한 내가 미안했고 그때부터 남편은 ‘김치의 고문’에서 해방이 되었다.

올해 한국에 와보니 나처럼 국제 결혼한 사람들이 한국에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에 외국인이 인구의 2%, 120만 명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나는 너무나 놀랐다. 한편으로는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많이 되었다. 단일문화사회에서 다문화사회로 바뀌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미국에 살면서 또 다문화교육전문가로서 미국 내에서 또 세계를 다니며 다문화교육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많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지난 한 달간 지내면서 한국의 현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많은 텔레비전프로그램을 보았다. 다행히 다문화가정을 소개하고 또 다문화교육을 위한 프로그램이 많아 즐거웠다. 단지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은 많은 프로그램들이 이민자들이 한국의 언어를 배우고 한국의 문화를 배우는 것을 보여주는데 제한된 것처럼 보였다. 마치 내가 나의 남편에게 김치먹는 것을 강요했듯이 그들에게 한국말을 가르치고 또 한국인이 되도록 교육하는 것만 보여주었지, 한국민들이 어떻게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고 그들의 차이를 이해하는가에 관한 교육프로그램은 많이 볼 수가 없었다. 한국이 한국만의 문화를 고집하고 이민 온 사람들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할 때 많은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여기 좋은 예로 독일이 있다. 지금 독일은 터키에서 이민 온 사람들과 많은 사회문제를 가지고 있다. 지금 독일에 터키에서 이민은 사람이 거의 300만으로 독일인구의 4%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터키이민에 관한 리서치를 했던 Die Welt신문사의 리서치리더인 Liljeberg에 따르면 단지 21%의 터키이민자들이 독일에 30년 이상을 살면서 독일을 고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62%의 사람들은 독일에 살면서도 독일문화를 배우지 않고 터키문화에 의해서 산다고 했다. 거의 반이 넘는 터키에서 온 이민자는 독일을 떠나고 싶어 한다. 그리고 나이가 많이 든 사람보다 젊은 터키이민자는 더욱 더 터키로 가고 싶어 한다. 더구나 나이가 어릴수록 문제는 심각해 이민 1세 2세까지는 그나마 괜찮으나 15세에서 29살의 이민 3세로 내려갈수록 독일어를 배우는 것을 거부하고 터키문화만 배우는 젊은이들이 많아 범죄 등 많은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데이터를 보면 대부분의 독일인은 경찰과 정치시스템과 학교 시스템 등을 믿는데 반해 터키인들은 믿지 않는다고 했다. 문화의 차이점도 많다. 결혼하기 전 혼전에 같이 살아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독일인은 7%인데 비해 터키인 1세대는 67%, 그리고 독일에서 태어난 터키인은 47%가 그렇게 생각한다. 자식을 키우는 것이 여성의 책임이라고 생각하는 독일인은 9%인데 반해 1세대 터키이주민은 52% 그리고 2세는 32%가 믿었다. 터키인들에게 낙태와 동성연애는 물론 불가능했고 또 터키인들은 종교에 철저히 의존해있다. 리서치를 했던 Die Welt신문사의 리서치리더인 Liljeberg에 따르면 답은 교육에 있다고 했다. 터키랭귀지코스 학교에서 독일어 교육을 포함하는 것이 어린이들의 장래를 위해 좋다고 제안했지만 Barbara John, 베를린의 이민정책담당자는 문제는 언어보다도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앞으로 한국에도 이민자로 인하여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다문화의 잘못된 정착이 빚을 수 있는 이런 심각한 사회문제를 사전에 예방하는 방법을 머리를 맞대고 의논하고 배워야 한다. 정확한 숫자를 알지는 못하지만 한국에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왕따를 당해 학교에 가지 않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말을 들었다.

이제 발전하고 부유해지는 한국사회에 많은 다문화 인들이 몰리고 있다. 아직은 크게 부각되지 않지만 우리가 지금 이런 경우를 잘 다루지 않으면 화약고가 될 수 있다. 정부정책지원에서부터 국민들의 의식 변하기까지 우리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문화정책을 성공에 올려야 한다. 한국도 일본이나 유럽, 싱가포르처럼 고령화와 저 출산문제의 심각성이 심해지고 있고 우리는 세계에서 몰려드는 이주민들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처지에 놓여있다. 따라서 다문화가족캠프, 명절체험, 한국음식체험도 중요하지만 때때로 이문화에 적응이 되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심리 치료가 필요하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줘서 어울리도록 하는 게 우선되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한국이 글로벌코리아로 변하기 위한 그들에 대한 유연한 마음가짐과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

여기에 몇 가지의 방법을 제시해보자.

첫째 능력 있는 시민 양성을 위해 국적여부와 관계없이 교육과 취업의 균등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어떨까? 프랑스의 대통령인 사르코지의 아버지는 헝가리에서 왔고 오바마 미국대통령의 아버지는 케냐에서 온 이민자였다. 균등한 교육과 취업의 기회가 있는 나라에서 성장하는 이민 1세나 2세들은 균등한 기회를 가짐으로써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를 글로벌하고 글로벌경쟁에 이길 수 있는 좋은 글로벌지도자를 양성하는데 도움을 준다.

둘째 교사, 부모, 자녀들의 인식 전환과 교재개발을 위한 교육의 재훈련 지원을 비롯하여 교사-부모-정부의 협력관계를 만들어야 하고 초등학교부터 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많은 프로그램이 제공되어야 한다. 내가 3년 전 오스트리아에서 다문화에 관한 강의를 했을 때 오스트리아 정부에서 초등학교에서부터 이민 온 어린이들과 현지인들에게 공동체개념을 심어주기 위해 다문화교육을 시작하는 정책을 세운다고 들었다.

셋째 다양한 문화 속에서 공동체적 삶을 이루기 위한 유연한 마음 가지기, ‘플렉시빌리티(Flexibility) 교육’이다. 한국사회가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는 사회가 되도록 ‘플렉시빌리티교육’도 사회적으로 현지인과 이민자가 다 같이 공부해야 한다. 한국인 대 이민자가 아니고 ‘공동체적인’ 다문화사회를 이루어야 한다.

‘배타와 차별’은 우리 한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저출산과 닫힌 문화로 고생하는 일본은 1960년에 11명의 워커(worker)가 퇴직하는 사람 한 명만 경제적으로 책임지면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1999년에는 인구감소로 4명에 1명, 2050년에는 1.2명의 일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1명의 노인을 부양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것은 불가능하다. 다른 문화권에 오픈 하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는 없다. 물론 많은 리더들이나 시민들이 다문화정책에 마음이 내켜지지 않아한다. 왜냐하면 다른 문화와 언어를 쓰는 인종을 데려오는 것은 동종의 인종을 가지고 있는 나라를 복잡하게 하고 또 사회를 혼란시킨다. 피만이 아니라 언어, 종교, 문화 등이 더 혼란스러워진다. 일본은 지금 이 도전을 하고 있다.

나는 한국이 열린 사회라고 믿는다. 물론 우리도 ‘누구나 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라는 문화의 변화를 경험하고 충격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의 성공하는 한국, 풍부한 문화를 가진 글로벌한국을 만들기 위해서 이런 다문화의 도전은 필요한 것이다. 열린 마음과 ‘플렉시빌리티교육’으로 공동체적인 국제적으로 다문화사회의 귀감이 되는 멋진 한국을 만들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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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정보는 복지타임즈의 허락을 받아 게재하는것입니다)

출처: 복지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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