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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울꺼리(게임,유머)

좋은글- 철새

by 서울나그네 2010. 4. 20.

                  
    철 새
    구연배  

    황도의 기울기를 어떻게 알았을까
    여름 숲의 새들
    무리지어 날며 떠날 채비를 한다.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와
    광막한 언덕에 노래를 더하고
    잊혀진 나무와 꽃들을 기쁘게 하더니
    풀잎 끝에 차가운 이슬 맺히고
    그늘마다 서늘한 깊이를 더하는 처서 아침,
    훌훌 털고 숲을 빠져나간다.
    다 있어도 노래가 없으면 삭막한 세상 잔치에
    짧게 때로는 길게
    따뜻한 풍경이 되게 했던 새떼들.
    이런 날이 올 줄 알았다는 듯
    집 한 채 갖지 않은 두견이
    울음 한 번 울어 주지 않고 휙!
    허공을 긋고 멀리 사라진다.
    떠나는 것은 새들인데
    나만 슬피 회한을 갖는다.
    저만치서 가을이 걸어온다.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벧전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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