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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 인물동정

하반신 마비 중증장애 딛고 검사로 임관하는 양익준 씨

by 서울나그네 2010. 2. 8.
그의 인생이 뒤바뀐 것은 찰나의 순간이었다. 수능을 불과 서너 개월 앞두고 있던 1997년 어느 날 그는 고향인 마산의 집 난간에서 추락해 척추를 다쳤다. 외상은 없었지만 다리를 움직일 수 없었다. 하반신 마비 중증장애. 본인은 물론이려니와 부모조차 영특하고 착한 아들에게 닥친 불행을 믿을 수 없었다.

그가 바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이번에 검사로 임관된 양익준 씨(31ㆍ사진)다. 그는 여전히 하반신 마비로 인해 휠체어 없이는 이동이 불가능한 중증장애인이다. 법무부가 휠체어 중증장애인을 검사로 뽑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란다. 난다긴다 하는 수료생 1000명 중 검사로 임관될 수 있는 인원은 95명에 불과하다. 오로지 실력 하나로 좁은 관문을 통과했다. 고양지청으로 발령받은 그는 8일 임관식과 함께 검사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다.

장애를 입고 검사로 임관되기까지 13년간 양씨와 그 가족의 삶은 짐작할 수 있듯이 사투의 연속이었다.

“사고 후 학교에 자퇴서를 낸 뒤 2년 동안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서 고통스런 재활에 매달렸어요. 대입공부는 몸이 어느 정도 추슬러진 2000년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었죠.”

양익준 씨는 8일 고양지청에서 검사 임관식을 갖고 검사로서의 첫 발을 내딛는다.

2001년 연세대 사회계열에 합격한 양익준 씨는 그러나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학업을 계속할 수 없었다. 결국 온 가족이 학교 인근 반지하 월세방으로 이사했고, 장성한 아들을 체력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아버지가, 말하자면 24시간 활동보조인으로 본격적인 뒷바라지를 시작했다.

아버지는 중고차 한 대 마련할 수 없었던 형편이었기에 양씨의 대학시절은 물론 사법시험 준비와 사법연수원 기간까지 도합 10년간 택시를 이용하여 등하교를 도왔다.

“택시를 잡은 뒤 익준이를 태울라치면 운전수 얼굴이 싹 변할 때가 한 두 번이 아닌기라. 비나 눈이 오는 날은 하염없이 기다려야할 때도 많았고. 그럴 때마다 아비로서 참 너무 화가 나고 서글펐지. 어쩔 땐 짧은 거리를 가는 것이 미안해 일부러 지하철 한 정거장쯤 더 간 뒤에 걸어 돌아올 때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익준이가 참 대단한 것이 그럴 때마다 ‘택시 기사들도 다 사정이 있어서 그렇겠죠.’라고 이해하는기라.”

양익준 씨는 승차거부하는 택시를 원망하기보다는 이해하는 품성을 지녔다. 소외받는 이들을 위해 일하겠다는 그의 각오가 빈말로 들리지 않는 이유다. 수줍게 웃는 모습이 아직 소년 같기도 하다.

양씨는 사회계열 입학 후 전공 선택을 두고 고민했다. 당초에는 사회복지학과로 마음이 기울었으나 “법을 공부한다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학사지도 교수의 권유로 결국 법학 전공을 택했다.

본격적인 대학공부를 시작하려고 보니 큰 문제가 있었다. 어려운 가정 형편 탓에 만만치 않은 대학등록금을 감당하기가 버거웠던 것이다.

“그 무렵 교수님의 소개로 디딤돌장학금이 생겼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지원했는데, 감사하게도 장학생으로 선정이 됐습니다. 디딤돌장학금이야말로 제가 지금까지 공부를 계속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셈이죠.”

디딤돌장학금은 한국사회복지협의회와 삼성전자가 장애를 가진 대학생이나 장애를 가진 부모님을 둔 대학생을 돕기 위해 마련된 장학사업으로 2001년 수혜자가 바로 양씨였던 것이다. 덕분에 양씨는 학교로부터 전액 성적장학금을 받기 시작한 3학년 직전 3학기 동안 디딤돌장학금으로 등록금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아버지의 표현을 빌리면, 양익준 씨는 이동하는 시간을 뺀 나머지는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렸다고 한다. 좁은 아파트도 안방은 그의 공부방으로 내줬다

“정말 그 때는 너무 너무 고마웠지예. 특히 1학년 때는 장학금 받을 곳이 마땅치 않은기라.” 장학금 얘기가 나오자 아버지도 그 때의 고마움을 잊지 않고 있노라 말했다.

장학금을 놓치지 않기 위해 더욱 공부에 매달렸던 양씨에게도 몇 차례 고비가 있었다. 걷는 운동조차 불가능하다보니 체력적으로 힘에 부쳤던 것이다. 또 대학에서, 사법연수원에서 타인의 시선을 느끼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당연히 때때로 찾아오는 심리적인 위축도 이겨내야 했다.

그러나 '억울함을 구제해주고 소외계층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검사'가 되겠다는 양씨의 의지가 모든 것을 이겨내도록 했다. 그림자처럼 자신을 돕는 아버지와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포기란 더욱 있을 수 없었다. 사법고시에 합격했을 때 크게 기뻐하던 가족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래도 지치고 힘들 때면 신앙에 의지했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아버지는 한사코 사진촬영을 거부하다, 아들이 함께 찍자는 말에 촬영에 응했다. 아버지의 헌신에 감복한 사법연수원측은 수료식 때 아버지에게 공로패를 선사했다.

"아마 앞으로가 더욱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검사라는 일이 결코 만만한 일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지금까지처럼 열심히 할겁니다. "

양씨는 10년간의 택시 생활을 끝내고 드디어 차를 한 대 장만했다. 아버지는 택시를 잡는 대신 이제 운전대를 잡게 됐다.

언젠가 기회가 되면 디딤돌장학생들을 만나 “목표설정을 늘 분명히 하고 준비하면 뭐든 할 수 있다”고 말해주겠다는 양씨. 새로운 그의 전진에 거듭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 디딤돌장학사업은?

○ 주관 : 한국사회복지협의회ㆍ삼성전자 공동주관
○ 대상 : 부모나 본인이 장애인인 장애인가정의 대학교 재학생
○ 장학금 및 수혜기간
 - 디딤돌장학생 : 학기당 최고 200만원 한도로 등록금(입학금 포함) 고지액 1년 지원. 국ㆍ공립대학(산업대, 교육대포함)과 전문대학은 150만원
한도 지원
 -장애인리더양성장학생 : 학기당 등록금(입학금 포함) 고지액 전액 1년 지원
○ 주요 추진실적
 - 장학금 지급 : 2001년부터 총 112명에게 3억 800만원 지원
 - 삼성전자 임직원 걷기행사 : '07~'08년 2회 실시. 6,517만원 모금
 - 디딤돌장학생 여름캠프 : '04~'09년 6회 실시,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 등 초청 특강 개최

출처: 복지타임즈(bokj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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