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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다반사(자유글)

몸과 마음이 아늑해지는 여행지, 단양

by 서울나그네 2010. 5. 3.
이 나라 내륙의 중심지, 단양땅은 언제 찾아도 좋은 곳이다. 겨울 단양은 얼어붙은 강, 호수, 산, 계곡이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눈 덮인 산하는 겨울 정취를 한껏 풍겨 여행객들을 환상으로 이끈다.

구담봉의 수려한 경치.

단양 여행은 중앙고속도로 단양 휴게소에서 시작하는 게 좋다. 휴게소 뒤편 언덕에 국보 198호인 신라적성비와 돌로 정교하게 쌓아올린 적성산성(사적 265호)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휴게소 측에서 단양적성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여행객들을 위한 배려가 고맙기만 하다. 단양은 죽령을 사이에 두고 고구려와 신라가 각축을 벌이던 곳이다. 전각 안에 모셔진 신라 적성비는 신라가 고구려의 영토인 이 곳 적성을 점령한 후에 민심을 달래기 위해 세워놓은 것이다. 1978년 단국대 학술조사팀에 의해 땅속에 묻힌 채로 발견되었는데 비면이 깨끗하고 글자가 뚜렷하다. 현재 남아있는 글자는 288자에 불과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거의 판독할 수 있어 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다. 국경 개척을 도운 사람의 이름과 공을 치하하며 장차 이런 사람들에게 포상을 내리겠다는 내용의 글귀가 적혀 있다.

글자가 또렷한 신라적성비.
적성비 옆의 적성산성은 545-550년 경 고구려군을 몰아낸 신라가 가파른 절벽에 축조한 산성으로 고구려 공격의 전초기지로 이용됐다. 900m에 이르는 붕괴된 대부분의 성벽이 최근 복원되어 제 모습을 드러냈다. 성곽에 오르면 북쪽으로 얼어붙은 남한강과 멀리 소백산 연화봉이 바라보인다.

단양팔경은 단양 여행의 핵심이다. 단양읍내에서 단양팔경의 제 1경인 도담삼봉으로 간다. 푸른 남한강 한가운데 장군처럼 떠 있는 세 개의 봉우리는 기개가 넘친다. 팔경 가운데 가장 아름답다는 이 커다란 3개의 봉우리는 저마다 이름을 갖고 있다. 가운데 봉우리는 장군봉(생긴 모습이 장군 같다 하여 붙은 이름), 왼쪽이 처봉(얌전하게 돌아앉은 모양), 오른쪽은 첩봉(교태를 부리듯 야릇하게 생겨 붙은 이름)이다. 옛 사람들은 장군봉의 허리쯤에 걸쳐 있는 ‘삼도정’이란 육각정자에 올라 석양빛을 바라보며 시름을 달래기도 했다. 삼봉은 원래 강원도 정선땅의 삼봉산이 홍수 때 떠 내려와 지금의 도담삼봉이 되었다고 한다. 얼떨결에 도담삼봉을 얻은 단양에서는 그 후 매년 정선군에 세금을 냈다고 하는데, 조선 개국 공신 정도전이 “우리가 삼봉을 정선에서 떠내려 오라 한 것도 아니요, 오히려 물길을 막아 피해를 보고 있어 아무 소용이 없는 봉우리에 세금을 낼 이유가 없으니 필요하면 도로 가져가라”고 한 뒤부터 세금을 내지 않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하고 있다. 정도전 선생의 호인 삼봉(三峰)이 도담삼봉에서 유래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일찍이 단양군수를 지냈던 퇴계 이황 선생은 도담삼봉을 바라보며 이런 시를 읊었다.

산은 단풍잎 붉고/물은 옥같이 맑은데/석양에 도담삼봉엔/저녁 노을 드리웠네./신선의 뗏목을/취벽에 기대어 잘 적에/달빛 별빛 아래/금빛 파도 너울진다.

남한강 한가운데 솟은 도담삼봉.

이른 아침 호수를 엷게 덮은 안개와 해질 무렵 황금빛 노을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환상으로 이끈다. 도담삼봉 앞의 선착장에서 상류 쪽으로 200여 미터 올라가면 볼 수 있는 석문은 2개의 석주가 큰 바윗돌을 떠받치고 있는 모습인데, 생김새가 워낙 기묘해 신비감을 자아낸다. 석문은 마고할미가 하늘나라에서 물을 길러 내려 왔다가 잃어버린 비녀를 찾으려고 흙을 손으로 판 것이라는 전설이 전해 내려온다. 석문 옆으로는 긴 담뱃대를 물고 술병을 들고 있는 듯한 형상의 ‘마고할미 바위’가 보이고, 상류로 조금 더 올라가면 자라 모습을 정교하게 조각해 놓은 듯한 ‘자라바위’를 볼 수 있다.

상선암.

물속에 비친 바위가 거북 모양을 닮았다는 구담봉(단성면 장회리)은 충주호 여행의 최고 절경을 보여준다. 구담봉을 돌아서면 왼쪽으로 절개 있는 선비의 모습을 한 옥순봉이 그 자태를 드러낸다. 우뚝 솟은 봉우리와 암벽의 경치가 사람들의 혼을 빼놓을 만큼 아름답다. 뾰족뾰족 솟은 바위들이 대나무 순 모양으로 생겨 옥순봉이라 불린다.

단양팔경 중 5(상선암), 6(중선암), 7경(하선암)은 월악산 자락에서 남한강으로 흘러드는 단양천을 거슬러 올라가며 있다. 상선암-중선암-하선암을 잇는 계곡(삼선구곡(三仙九谷))은 때 묻지 않은 천혜의 생태계를 그대로 보여준다.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거슬러 올라가노라면 신선이 된 기분이다. 삼선구곡을 이루는 첫 경승지인 하선암은 둥글고 커다란 바위가 덩그렇게 얹혀 있는 모양으로 그 형상이 미륵 같아 ‘부처바위’라고도 불린다. 또한 신선이 노닐던 바위라 하여 ‘선암’, 물속에 비친 바위가 마치 무지개 같이 영롱하여 ‘홍암’이란 이름도 갖고 있다.

소떼들이 방목된 소백산관광목장.

중선암은 삼선구곡의 중심지로 흰색의 바위가 층층대를 이룬 모습이 특이한데, 바위 위로 흐르는 물은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맑아진다. 쌍용이 승천하였다 하여 ‘쌍룡폭’이라고도 하며 효종 때 김수증 선생은 이곳의 웅장한 바위를 보고 ‘옥염대’, ‘명경대’란 이름을 붙여주었다.

조선 명종 때 우암 송시열의 수제자 수암 권상하 선생이 이름을 지었다는 상선암은 작고 올망졸망한 바위들이 서로 모여 있는 모습이 색다른 분위기를 풍긴다. 계곡의 맑은 물과 한쪽에 걸쳐 있는 기암괴석, 구름다리 아래로 떨어지는 폭포는 한 폭의 동양화를 보는 듯하다.

전각 안에 모셔진 신라적성비.

마지막 8경인 사인암은 맑은 계류와 깎아지른 바위, 그리고 푸른 소나무의 절묘한 조화가 단연 압권이다. ‘사인암’은 역동 우탁 선생이 이곳에서 벼슬을 지낼 때 지은 이름으로, 절벽에 새겨진 친필이 눈길을 끈다. “뛰어난 것은 무리에 비할 것이 아니다. 홀로서도 두려운 것이 없고 세상에 은둔하여도 근심함이 없다.” 선인들의 친필은 바위 절벽 곳곳에 새겨져 있다. 아래쪽은 평평하고 너른 바위엔 장기판과 바둑판이 새겨져 있다. 누가 언제 새겨 놓았는지 알 수 없지만 고려 말 이후라고 전해 온다. 당대 최고의 화가 김홍도는 10여 일간 이 바위를 바라보며 눈에 익혔지만 끝내 붓을 들 수 없었다고 한다. 김홍도는 이곳을 다녀간 후 1년여가 지난 뒤 옛 기억을 되살려 ‘사인암도’를 그렸다. 그러나 기억에 의존해 그린 그림은 끝내 참 모습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사인암 주변에는 넓은 주차장과 민박집이 많아 하루쯤 푹 쉬어 가기 좋다.

하선암.

사인암을 보고 단양~예천 간 573번 지방도로를 따라가다 소백산 자락 우뚝한 곳으로 접어들면 소떼들이 한가롭게 노니는 소백산관광목장(www.sbsanfarm.co.kr)이 나타난다. 해발 850m 고지 저수령 35만평 초지에 단양축협이 한우 3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목장과 관광을 결합시킨 이색명소인 이곳은 연수시설, 식당, 특산물 판매장, 통나무집 방갈로 따위의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다. 부대시설인 식당에서는 목장에서 직접 생산한 질 좋은 한우고기를 맛볼 수 있으며 눈 속에 파묻힌 통나무 방갈로는 저 스위스의 알프스를 연상케 한다. 백두대간 줄기에 속하는 목장지대는 앞산 촛대봉(해발 995m)과 뒷산 옥녀봉(1,080m) 사이에 안겨 있는데, 촛대봉에 오르면 멀리 안동댐과 낙동강이 보이며(왕복 1시간40분소요), 옥녀봉에선 월악산 주봉이 어슴푸레하다. 망원경이 있으면 충주시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방곡도예촌의 전통가마.
옥녀봉에서 문안골로 하산하여 오른쪽으로 10분 정도 걸어가면 조선시대 민수용 도자기의 집산지, 방곡도예촌이 나온다. 17세기경부터 백자와 분청자기를 생산해온 곳으로 현재 7명의 도예인이 전통적인 장작가마를 이용해 옛 방식 그대로 도자기를 굽고 있으며 도자기 제작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작업장 및 교육시설을 갖춘 도자공예교육원도 들어섰다. 도예 체험도 가능한데 하루 전에 예약(010-2050-5607)해야 한다. 참가비는 1점당 1만원.

단양에는 태고의 신비를 보여주는 동굴도 여럿 있다. 고수동굴, 천동동굴, 온달동굴, 노동동굴 등은 동굴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으며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사랑이 깃든 온달산성(사적 제264호)은 우리 역사의 깊이와 애환을 얼추 더듬어보게 해준다. 온달산성으로 가려면 이른바 ‘환상의 드라이브 코스 10선’에 드는 ‘영춘 가는 길’을 타야 한다. 영춘면은 단양군 동북단과 강원도 영월군과 어깨를 맞대고 있는 한적한 시골이다. 영춘면 백자리에 들어선 천태종 본산인 구인사는 구도자의 올곧은 정신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준다. 절집이 주는 경건함과 여유로움이 탁해진 마음을 맑게 헹구어준다.

기암이 신비로운 사인암.

☛여행쪽지(지역번호043)=중앙고속도로 단양 나들목으로 빠지면 각 방면(사인암, 옥순봉, 구담봉, 소백산관광목장 등)으로 가는 길이 나 있다. 서울에서 단양까지 2시간 30분. 부산-경부(구마)고속도로-대구-중앙고속도로-풍기 나들목 또는 단양 나들목. 대구에서 단양까지 1시간 50분. 도담삼봉(석문), 구인사, 온달산성은 단양읍에서 이정표를 보고 가면 된다. 단양읍에서 온달 관광지(1일 11회 운행), 구인사행(1일 17회 운행) 시내버스 이용. 중앙고속도로 북단양나들목-매포-덕천교 삼거리(59번 국도)-군간교(595번 지방도)-온달 관광지. 신단양↔충주 유람선 왕복 2만5000원, 편도 1만6000원. 장회나루까지 왕복 1만원, 편도 5000원. 신단양나루(423-8615). 단양시외버스터미널(422-2239), 시내버스터미널(422-2866), 단양역(422-7788).

☛잠자리와 맛집=단양읍에 단양관광호텔(423-7070), 대명콘도(420-8311), 이화파크텔(422-2080) 등 숙박시설이 다수 있다. 소백산유스호텔(421-5555)이나 단양유스호스텔(422-6000)을 이용하면 훨씬 저렴하다. 예약 필수. 소백산관광목장(422-9270) 통나무방갈로(18평):5인1실 80,000원, 여관:4인1실 40,000원, 본관건물 2층 2인1실 30,000원, 본관건물 3층 2인1실 20,000원. 상선암 인근 가산리에 구름다리 휴게소(422-1451), 사인암 앞의 느티나무휴게소(422-0337)에서 민박 가능. 단양읍내의 오학식당(422-3313)은 도토리묵밥이 유명하다. 상선암 못 미쳐 도락산 입구에 있는 약수터가든(421-5300)은 손두부 전문점이고 선암가든민박(422-1447)은 토종닭 백숙을 잘하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쏘가리회가 맛있는 동원회집(422-3457)과 대나무불고기 전문점 장씨본가(421-2929) 등도 현지인들이 추천하는 맛집이다. 소백산관광목장 한우전문식당에서 목장에서 직접 생산하는 한우를 맛볼 수 있다. 한우 암소꽃등심(100g 7천원), 갈비살(100g 7천500원), 암소모듬(100g 5천원) 등 부위별로 식당에서 구워먹을 수 있다.

출처: 복지타임즈(www.bokji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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